[건축 칼럼] 디자인으로서의 건축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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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디자인의 한 분야입니다. 디자인은 크게 봐서는 실용적 목적을 가지고 만드는 창조적 행위로 볼 수 있으나, 그 분야와 범위가 워낙 넓고 다양하기에 일반화하여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건축 디자인은 사회와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기에 공공성, 지역성, 시대성, 친환경성 등 다양한 관점에 따라 호불호와 평가도 달라지게 됩니다. 최근 디자인은 갈수록 여론과 대중의 시각에 순응하면서 쉽고 보편적인, 그러나 개성 없이 일반화되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좋은 디자인, 착한 디자인이란 표현은 이미 사회경제적 관점을 너무 내포하고 있기에, 디자인 자체의 심미적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디자인은 점점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으로 머물게 되고, 새롭고 보다 도전적인 디자인은 설자리를 잃어가게 됩니다. 우리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외적 관점을 배제하고 디자인의 내적 관점에서 순수하게 디자인 자체만을 바라보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대중의 입장에서도 디자인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서로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일하면서도 다양한듯한 디자인"

 

인간이 만드는 수많은 디자인은 조물주의 산물인 자연을 닮으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모든 자연의 결과물은 단 하나의 동일함이 없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모더니즘 대량생산의 시대를 지나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진 동시대 기술을 배경으로, 건축에서는 더욱 이러한 다양성을 닮고자 하는 디자인적 시도가 있어왔습니다.

 

인간의 사고는 시간적으로 정적 환경에서 동적 환경으로 변화되어 왔습니다. 19c 사진의 발명 이후 모더니즘 시대 Eadweard Muybridge는 motion picture를 통해 연속된 움직임을 포착하는 방식을 발명하였고, 이후 영상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최근 급속히 발달한 인터넷 환경도 정적 환경에서 동영상 위주의 동적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건축에서의 표현도 보다 동일 개체의 다양한 반복을 통해 동적 흐름을 표현하는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모듈로 만든 파사드 Airspace

< 각기 다른 모듈로 만든 파사드 Airspace / Faulders Studio / www.arch2o.com >

동일부재의 다양한 반복을 통한 공간 Dunescape

< 동일부재의 다양한 반복을 통한 공간 Dunescape / Shop Architects/ www.shoparc.comwww.archdaily.com >

 

​한편으로는 수없이 다양한 개체를 만들거나 다양한 반복을 하는 방식이 아닌, 제한된 개체로 다양해 보이게 하는 시도도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Beijing Olympic Water Cube입니다. 이 건물은 십이면체와 십사면체로 이루어진 Wearie-Phelan 버블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3차원 공간을 최소 표면적의 동일한 부피의 셀로 분할하는 동일한 모듈을 이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만든 구조체를 약간 기울여 잘라내어 외부에서는 수없이 다양한 거품 모듈로 보이게 하였습니다.

제한된 모듈로 다양해 보이게 디자인한 건축 Beijing Swimming Pool

< 제한된 모듈로 다양해 보이게 디자인한 건축 Beijing Swimming Pool / PTW / archdaily.com >

"서있으면서도 매달린듯한 디자인"

 

기본적으로 건축디자인은 중력에 저항하여 서있는 구조물입니다. 따라서, 태초부터 건축디자인은 구조물을 세우기 위한 기둥과 보, 그리고 지붕이 가장 원초적인 디자인의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기본 요소에 의해 고대 디자인이 만들어졌고, 그러한 요소를 활용하고 잘 살리는 디자인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건축은 중력에 저항하기 보다 반대로 중력에 순응하는 구조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가우디는 Catenary Curve를 통해 중력에 가중 순응하는 hanging 구조를 고안하였고 이를 활용하여 Sagrada Familia 성당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듭니다. 이후에도 이러한 hanging 구조의 자연스러운 curve는 동시대 건축디자인에 계속 활용됩니다.

< 서있는 모습 그대로 에서 시작한 고대 건축 Parthenon / en.wikipedia.orgwww.tadao-ando.com >

< 매달린 구조형태를 실험한 가우디 모형 Hanging Chain Models / Antoni Gaudi / dataphys.org >

 

한편, 중력에 저항하여 서 있으면서도 매달려 있는 듯한 건축물도 있습니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에서 설계한 Heydar Aliyev Cultural Center는 흘러내릴 듯한 거대한 곡면이 그대로 형태로 만들어져 마치 중력을 거슬러 서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줍니다. 형태 자체만으로도 건물의 무게감을 완전히 없애고 가벼운 건축, 떠있는 건축의 느낌을 전달해 줍니다.

 

서있으면서도 매달린 듯 디자인한 건축 Heydar Aliyev Cultural Center

< 서있으면서도 매달린 듯 디자인한 건축 Heydar Aliyev Cultural Center / Zaha Hadid / archdaily.com > 

 

 

"인공이면서도 자연인듯한 디자인"

 

역사적으로도 건축디자인의 기원은 자연에서 찾게 됩니다. 바로크 시대의 건축이론가 로지에르(Laugier) 는 그의 책 Essay on Architecture에서 언급한 건축의 기원에 언급하였습니다. 그는 Primitive Hut을 통해 진정한 원칙, 불변의 규칙으로 원시시대의 오두막집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형상이 건축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 모습이고, 그 자연 미가 건축에 있어서 절대 미라 주장하였습니다.

 

모더니즘에 와서 단순화된 기하학적 요소를 통해 다양한 추상적 표현이 등장하게 됩니다. 건축가들은 벽, 슬래브, 기둥 등 요소로 만들어낸 공간, 빛과 그림자에 집중하게 되었고, 건물의 형태는 이를 통해 나온 추상적 결과물이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창자 로버트 벤추리(Robert Venturi)는 이러한 모더니즘적 건물들을 오리(duck and decorated shed)에 비유하며 인위적이고 가식적이라 비판하였습니다.

 

태초의 건축의 모습을 표현한 삽화 Primitive Hut

< 태초의 건축의 모습을 표현한 삽화 Primitive Hut / Mark-Antoine Laugier / en.wikipedia.org >

모더니즘의 인위적 형태를 풍자한 오리하우스 Robert Venturi

< 모더니즘의 인위적 형태를 풍자한 오리하우스 Robert Venturi / archdaily.com >


한편, 동시대 건축디자인에는 누가 봐도 인공의 결과물이면서도 자연의 일부인 듯한 모습의 디자인이 나타나게 됩니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시도해온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어느 건축가보다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건물을 만들어냅니다. 스틸, 유리, 콘크리트 등 인공적인 재료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여 만들되, 이를 극단적인 자연 그대로의 형태인 듯하게 만들어냅니다.

< 모더니즘의 인위적 형태를 풍자한 오리하우스 Robert Venturi / archdaily.com >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우리 모두는 디자인을 일상 속에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에 대한 개개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다수의 의견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공공디자인의 경우,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의 측면에서는 다수의 의견과 판단을 청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전문가의 업역이고 건축디자인도 전문 분야의 하나입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 세계적인 디자인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필수적이며 이는 단순하고 즉흥적 대중성이 아닌, 디자인 분야 전문적 담론과 평가를 통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소통이 함께 할 때 우리 건축도 디자인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젊은 건축가상 수상 국형걸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