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칼럼] 시대의 미디움으로서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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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크게 설계와 시공의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건축설계는 건축가의 업역으로, 디자인, 구조, 환경, 시공 등 건축물을 짓기 위한 모든 계획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하나는 그 규모와 비용이 워낙 크기에, 건축물을 계획할 시 우리는 건축물 전체를 직접 미리 만들어 볼 수 없습니다. 직접 만들어 본다고 하여도 제한 적이고 부분적인 목업(Mock-up)을 해볼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건축설계의 과정은 상상을 하고 이를 구체화 해내는 계획의 과정이고, 그 계획으로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과정이며, 그 계획을 만들 누군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즉 건축설계의 과정은 집을 직접 만든다기보다는 계획과 전달, 그리고 소통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축설계의 1차적 산물은 건물이 아닌 미디움(Medium), 즉 전달 매체입니다. 건축가가 만드는 미디움은 다양합니다. 모형, 도면, 다이어그램, 투시도, 동영상 등 다양한 시각적 매체를 통해 상상하고 계획한 건축의 모습을 전달합니다.


 

"스케치 혹은 다이어그램을 통한 건축"

 

스케치 혹은 다이어그램은 건축적 개념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주로 건축주를,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매체로, 감각적인 때로는 논리적인 설득의 도구가 됩니다. 스케치는 건축에 있어서 전통적인 매체로, 건축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함축적으로 담아 감각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훌륭한 건축가의 스케치는 스케치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다이어그램은 최근의 동시대 건축에서 두드러지게 보여집니다. 철학자 들뤼즈(Gilles Deleuze)는 다이어그램을 Abstract Machine이라 하여, 프로그램 및 건축적 요소들의 내재적 속성에 의한 건축 디자인 방식으로 많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현재 동시대 건축이 디지털화되고 대중화되면서, 다이어그램에 기반하거나 이를 활용한 건축의 경향성은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스케치 다이어그램

다이어그램을 공간화하는 건축

< 1-2. 다이어그램을 공간화하는 건축 Seattle Central Library / OMA/ www.doublestonesteel.com >

 

"도면을 통한 건축"

 

도면은 청사진이라는 의미로 대표되듯, 건축물의 계획을 보다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실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매체입니다. 특히, 평면은 공간의 프로그램과 동선의 계획적 요소와 규모를 있는 치수와 함께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객관적 근거이자 실제 만들기 위한 기초자료가 됩니다. 따라서, 건축에서 도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갖습니다.


한편, 도면에 있어서 단면과 입면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 치수와 함께 객관적 정보를 현장에 전달한다는 의미는 같으나, 과거 2차원적 매체에 익숙했던 시대의 건축과 현재 3차원적 매체에 익숙해진 시대의 건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입면도에 의존하여 디자인을 해오던 건축에서는 건물 표면의 2차원적 장식이 주를 이룬 ‘파사드’, 혹은 황금비 등 기하학적 비율에 근거한 ‘비례감’이 중요한 디자인 요소였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3차원적 세계관에서는 보다 입체적인 디자인에 따라 2차원적 단면 입면의 의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2-1. 2차원적 도면에 기반한 디자인 Notre Dame Paris

<  2-1. 2차원적 도면에 기반한 디자인 Notre Dame Paris / www.medart.pitt.edu >

3차원적 도면에 기반한 디자인

<  2-2. 3차원적 도면에 기반한 디자인 Dongdaemun Design Plaza / www.theb1m.com  >

 

 

 

"모형을 통한 건축"

 

모형은 모더니즘 건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매체였습니다. 과거 서구의 건축에서는 상징적 평면, 장식적인 파사드 입면이 중요한 가치를 가졌다면, 모더니즘 이후 건물과 공간의 입체적 조형성이 중요시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모형이 건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달 매체가 됩니다. 각각의 필요에 따라 스케일이 다른 모형을 만들기도 하고, 꼼꼼히 잘 만들어진 건축 모형을 들여다보며 실제 공간을 상상하고 계획하게 됩니다. 잘 만들어진 모형이 전시되어 있어는 모습이 전형적인 설계사무소의 풍경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시대 건축이 점차 디지털화되어 가면서, 건축에서 모형이 갖는 가치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이 3차원 디지털화되면서, 모형보다 실제 공간을 훨씬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동시대 건축에 있어서 다양한 재료와 여러 가지 표현이 들어가는 입면과 실내공간 들은 더 이상 순백의 모형만으로는 전달에 한계를 갖게 됩니다. 게다가, 레이저 커팅이나 3D 프린팅 등으로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모형 작업이 일반화되면서, 더 이상 종이와 칼자, 커터 칼과 접착제로 만들던 전통적인 모형 작업은 설자리를 잃게 됩니다.

 

빌라 사보아

< 3-1. 전통적 모형을 통한 건축 Villa Savoye / Le Corbusier / architectuul.com/ >

 

3d Printing 으로 제작되는 모형

< 3-2. 3d Printing 으로 제작되는 모형 41 Cooper Union / Morphosis / www.morphosis.com >

 

 

"투시도를 통한 건축"

 

투시도는 동시대 건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매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전통적으로 건축의 표현에 있어서 투시도는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에 의해 최초로 원근법이 발명된 이후, 섬세한 선 스케치를 통한 투시도가 그려졌으나 전통적으로 건축적 표현 매체로는 많이 활용되지는 못했습니다. 모더니즘 시대 이후 투시도는 라인 드로잉 투시도로 건축가에 따라 많이 활용되기도 하였으나, 색채 등 표현 들어가는 투시도는 전문 화가를 통한 외주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대 건축에서 투시도는 3차원 디지털 도구의 보편화로 매우 일반화되었습니다. 모델링, 렌더링은 설계사무소의 일상적 업무가 되었고, 모든 건축가의 결과물은 투시도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실시간 렌더링 도구를 활용해가면서, 모델링이 바로바로 렌더링 되는 시대가 되었고,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 별도의 외주작업 없이도 실시간으로 공간의 검증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웹진, pinterest, SNS 등을 통해 건축이 이미지 base로 실시간 글로벌화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전 세계적 추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Yale School of Art and Architecture

< 4-1. Yale School of Art and Architecture / Paul Rudolph / onlineexhibits.library.yale.edu >

Elbphilharmonie Concert Hall

< 4-2. Elbphilharmonie Concert Hall / Herzog & De Meuron / www.archdaily.com >

 

 

"동영상을 통한 건축"

 

건축에 있어서 미디어의 최종적 목표는 공간을 실제처럼 전달하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그에 따라 실제와 같은 이미지 제작을 넘어서 그 다음의 단계는 동영상입니다. 실제 건축 공간을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동영상 작업, 이를 넘어 가상현실과 같이 실제 공간의 VR체험은 미디어로써의 건축 작업으로 궁극적 목표가 될 것입니다.


이미 3차원 모델링과 렌더링이 보편화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동영상 작업은 건축가들에게 매우 쉽게 접근 가능하고, 이러한 건축 작업의 동영상화 경향은 앞으로의 건축에 더욱 빠르고 넓게 일반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 SNS, 넷플릭스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 퍼지는 동영상화에 건축도 예외가 아닙니다.

요약하자면, 건축은 미디움(Medium)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디움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미디움의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미디움에 따라 설계의 내용도, 계획의 방식도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모형을 기반으로 설계를 하느냐, 투시도를 기반으로 설계를 하느냐에 따라 설계의 내용도 방향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공모전 지침에 투시도 색상 및 재료를 넣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라 하거나, 제한된 모형 재료로 만든 모형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시대를 뒤처지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건축의 미디움적 속성을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건축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앞서가느냐 뒤처지느냐가 결정될 것입니다.

 

젊은 건축가상 수상 국형걸 건축사